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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채찍만 든다고 해결되는 것은 없다
이투데이 | 2022-05-23 08:03:21
[이투데이] 이재영 기자(ljy0403@etoday.co.kr)


“누군가 그러더군요.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최고경영자(CEO)가 처벌받지 않으려면 결국 공사를 안 하는 방법뿐이라고. 건설 현장 자체가 아무리 주의한다고 해도 사고가 나면 크게 날 수밖에 없는데, 중대재해법은 현실적인 문제를 다소 간과했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만난 한 건설사 임원의 이야기다. 중대재해법이 시행된 지 4개월이 지났지만, 건설현장에서 중대재해로 인한 사망사고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건설사고 사망자는 총 55명에 달한다. 지난해 1분기 건설사고 사망자가 49명인 점을 고려하면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오히려 사망자가 더 늘어난 셈이다. 결코 채찍을 든다고 잘못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일까. 중대재해법의 핵심은 처벌을 강화해 안전사고를 미리 예방하자는 데 있다. 하지만 단순히 모든 사고를 예방한다고 막을 수 있을까.

건설사들도 그동안 사고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 대형 건설사들은 연초부터 ‘안전’에 방점을 두고 관련 조직과 인력을 충원했다. 안전 관련 예산도 대폭 확대하며 안전 관리체계를 보강하는 데 힘썼다.

일부 건설사들은 위험이 늘 도사리고 있는 건설 현장에 로봇이나 드론 등 첨단 장비를 투입해 사고 예방에 나서고 있다. 실제로 현대건설·GS건설·중흥건설 등은 로봇개 ‘스팟’을 공사 현장에 투입해 현장 곳곳의 상황을 실시간으로 촬영해 현장사무실과 본사에 전송하고 있다. 스팟은 현대차그룹의 ‘보스턴다이내믹스’가 개발한 4족 보행 로봇으로, 위험한 곳을 사람 대신 순찰하며 위험물을 감지하고 회피할 수 있다. 1대당 가격이 약 9000만 원에 달하지만,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공사 현장에서 사람 대신 투입하는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

일부 건설사에서는 드론을 활용해 건설 현장의 공정을 확인하고 품질을 점검한다. 드론 기술을 건설현장에 적용하면 사고 발생률을 낮추고, 작업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 사람 손이 닿지 않는 곳도 손쉽게 밀착해 확인하고 관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처럼 건설사들은 사고 예방을 위해 노력하지만, 한계는 분명하다. 아무리 예방을 한다 하더라도 사고는 예기치 않게 찾아오기 때문이다. 공사 현장 자체가 워낙 위험한 데다 사람이 직접 하는 일이다 보니 자칫 실수나 방심 하나로도 사고가 날 수 있다.

이렇게 사고 발생을 최우선으로 걱정해야 하다 보니 건설사들은 기업 경영도 어려워졌다고 하소연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사태에다 중국발 봉쇄 영향으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자 철근·콘크리트 업계는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며 셧다운(공사 중단)에 들어갔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분양을 앞둔 정비사업 물량은 공사비와 분양가 상한제 등의 악재가 겹치며 분양 일정이 연기됐다.

주택 공급이 더뎌지면서 건설사 피해는 물론, 실수요자들의 피해도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갈수록 집값은 뛰고, 매물은 없는 상황이 장기화하면서 ‘전세 난민’이나 ‘월세 난민’이 대규모로 쏟아질 수 있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정책 실패로 무너졌다. 윤석열 정부는 이런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지적해 왔고, 보완하기 위해 다양한 공약을 내놓았다. 국민은 그런 윤석열 정부를 지지했고, 새 정부가 들어섰다. 6·1지방선거를 앞두고 각 지역의 후보자들이 부동산 정책을 앞세우고 있는 것도 결국 이번 선거의 핵심은 부동산이라는 것을 공감하기 때문일 것이다.

갈수록 악재가 겹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설업계의 현실을 언제까지 외면할 것인가. 건설업계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법을 개선할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면, 윤석열 정부는 5년 뒤 부동산 정책 실패로 무너진 문재인 정부의 전철을 밟게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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